2022년 정리 글

어쩐지 정리 글을 격년으로 쓰고 있네요. 요약하면 올해는 졸업하고 취업했습니다. 이번에도 시간 순서대로 써 볼 거예요. 일기와 달력을 참고합니다.

2022년에는 박주은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sparkles:

1월

나는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어? 백엔드 개발을 하고 싶어? 그보다 웹 개발을 하고 싶긴 해? 무슨 서비스를 만들고 싶어?

일기에 이런 문장이 쓰여져 있군요. 취업 준비를 앞두고 생각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일기 내용이 재미있어서 그대로 게시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나는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어? 그렇게 생각했던 건 대학교 2학년 때였나? 어쩌면 그 전부터였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C언어와 파이썬을 배우고 있었거든. 그 때는 무얼 만들고 싶어서 그걸 배우고 있었을까?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애초에 만들고 싶었던 게 있기는 했던 걸까? 아두이노를 만졌던 때도 생각난다. 봉사활동 할 때였나? 그 때는 확실히 프로그래밍을 놀이에 가깝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엔트리를 배울 때를 생각한다. 나는 그 전에 이미 파이썬을 알고 있었다. 왜였지? 기억이 안 난다. 나는 파이썬으로 무엇을 만들고 싶었을까? 나는 지금 파이썬으로 실험 시뮬레이터를 만든다.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수집한다. 하지만 이 일련의 과정이 특별히 행복하지는 않다. 더 재미있는 일이 있을 것만 같은 착각이 든다. 일이 어떻게 재미있겠느냐마는.

나는 무엇을 만들고 싶은가? 그것이 서비스 혹은 제품인가? 연구를 위한 도구인가?

그리고 남은 돈을 계산하면서 취업할 때까지 먹고 살 계획을 세우던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자금난이 시작돼서 밥을 아껴 먹고 있다. (중략) 식비 아끼는 게 제일 중요하니까 장 봐와서 먹는 비율을 늘리자. 라면 좀 사고, 스팸도 김도 달걀도 좀 사서 간단히 먹어야겠어.

걱정이 돼서 잠이 오질 않는다. 남은 돈으로 X월까진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면 계산상 Y월부터는 일을 할 수 있어야 하고 3월에 있을 공채에는 전부 지원해야 한다. 오픽 시험도 쳐야 한다. 오픽 시험이 꽤 비싸니까 한 번에 딸 수 있도록 해야겠다.

원하는 직무는 사실 잘 모르겠다. 대기업에 가면 시키는 개발을 하겠지. 인공지능 관련해서는 계속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중략) 그래도 커리어가 그 쪽으로 있기는 하니까 지원을 넣어 보기는 할 예정이다.

이런 식으로 2022년이 시작됐습니다.

2월

본격적으로 취업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지원서를 많이 냈습니다. 연구실 짐을 정리하고 퇴실했습니다.

3월

지원서를 많이 낸 만큼 코딩테스트도 많이 봤습니다. 코딩테스트는 대부분 온라인으로 치렀으며 프로그래머스를 많이 썼었고, 가끔 다른 플랫폼에서도 테스트를 쳤었습니다. 대부분 주말에 치러서 어떤 날에는 하루에 오전 오후 두 개씩 코테를 치르기도 했습니다. 꽤나 힘들었습니다. 첫 면접이 잡혀서 오프라인으로 보러 갔습니다. 이후에는 대부분 온라인 면접을 치렀었습니다.

그리고 졸업에 필요한 논문을 학회에 냈었는데, 이를 온라인으로 발표했습니다. 발표는 아주 못 했던 기억이 납니다.

4월

코딩 테스트를 계속 보고 있었습니다. 연구실에서 취업 준비를 하는 사람들과 같이 코테 스터디를 만들어서 매주 두 번씩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코테에 통과한 회사 몇 군데가 있어서 면접을 봤습니다. 특이했던 건 AI면접이라는 걸 간혹 보는 회사가 있었는데, 사람이 아닌 컴퓨터에 대고 면접 질문에 대답을 해야 하는 게 약간 색다른 기분이었습니다.

4월 중순의 박주은은 이런 생각을 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재밌는 일 하고 싶어 내가 하는 일이 나한테 잘 맞아서 내 정신력을 아무리 쏟아부어도 마르지 않는 그런 일 하고 싶어 그런 게 세상에 있겠냐마는 그래도 그런 꿈 꾸는 거야. 나는 내가 똑똑했으면 좋겠어 그리고 열정적이었으면 그리고 정신력과 체력이 강했으면 지금보다도 더 더

이 때쯤에는 가고 싶던 회사의 공채를 진행하고 있었어서 면접 전형까지 온 사람들 몇 분을 모아서 면접 스터디를 만들었습니다. 1차 면접 전까지 4번 스터디를 했었네요. 이 정도면 꽤 열정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5월

석사 디펜스를 했습니다.

가고 싶던 회사의 1차 면접을 통과해서 면접 스터디를 또 구해 진행하고 2차 면접을 봤습니다.

5월 초 쯤 한 회사로부터 첫 번째로 합격 발표를 받게 되었습니다. 건강 검진을 하고 회사 근처에 임시 거처를 구했습니다. 그 회사에 들어간 첫날 점심시간에 전화가 와서 또 다른 회사로부터 두 번째 합격 발표를 받았습니다. 그 회사에는 입사를 포기하겠다고 5월 마지막 날에 전달했습니다.

6월

그리고 6월 첫날에 가고 싶던 회사로부터 합격 발표를 받았습니다. 합격 소식을 듣고 2주 정도 다니고 있던 회사에 퇴사 신청을 했습니다. 3주 정도 백수로 지낼 수 있는 기간이 있었습니다. 백수 기간동안에 면접이 하나 더 있었는데, 오프라인이라서 굳이 보러 가지 말까 고민했다가 경험삼아 보러 갔는데 저 혼자서만 정장을 안 입고 가서 당황했었습니다. 입사 전까지 교수님들을 찾아뵈면서 졸업논문에 서명을 받고 최종 제출했습니다. 그리고 6월 말에 입사했습니다. 스터디를 같이 진행했던 분들 중 같은 팀에 지원했던 분들이 모두 합격해서 입사 동기가 되어서 기뻤습니다.

결산하면, 총 30개 회사에 지원해서 3개 회사에 최종 합격했습니다. 상반기 취준은 이렇게 마감했습니다.

7월

머신러닝 플랫폼 개발 팀에 신입으로 합류했습니다. 온보딩 프로젝트를 했습니다. 처음 해 보는 일들이 있어서 익숙치 않았지만 재미있었습니다. Go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Docker, Kubernetes 등을 공부했습니다.

8월

졸업했습니다. 이사도 했습니다. 배드민턴 레슨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진짜’ 회사 일을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빨리?).

9월

회사 사람들이랑 친해졌습니다. 티는 안 냈지만, 뛰어난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있자니 내가 이 회사에 어떻게 들어왔지 싶은 생각으로 가면증후군에 약간 시달렸습니다. 운 좋게도 회사 사람들이 다들 좋아서 어찌저찌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XX님은 같이 일하기 좋은 분이시다. 말씀을 무지 부드럽게 하신다. 그리고 코드도 금방 짜시고… 진짜 ‘개발자’같다. 그런 느낌의 사람이 되고 싶긴 하네.

하이브리드 워크 상황에서 찰떡같이 상대방이 알아듣게 말하는 법 (중략) 내가 달성해야 할 목적을 질문에 같이 넣으면 상대방이 답변해주는 데에 도움이 되겠지.

팀원 분들은 나를 데리고 일 하시는 게 재미있기는 하실까? YY님이랑 일 하는 건 확실히 재미있었는데. (중략) 다만 내가 그분들에게 같이 일하기 좋은 사람일지가 걱정이다. (중략) 개발자라면 코드로 말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우선 생각하는 대로 코드를 짜서 풀리퀘를 올려봤고 금방 리뷰 받고 머지 안 하고 닫을 수 있었다. 말로 했으면 아마 더 오래 걸리지 않았을까? 아무튼 나는 헷갈리고 혼란에 빠져 있고 아무것도 모르고 알다가도 모르고 모르기만 한 주니어 주니어도 아니고 쌩 신입 뭐 그런 거니까. 빠른 의사소통을 위해서 코드를 먼저 들이민 건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고 본다. 다만 기록이 남으니까 부끄럽긴 한데 그 부끄러움을 이겨내는 게 덕목이겠지… 내가 짠 코드는 풀리퀘를 올린 순간부터 내 코드가 아니라 팀의 코드라는 사실을. 계속 인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일을 똑바로 하고 있는가? (중략) AA님은 나를 아주 친절히 가르쳐주신다. 내가 이해를 못 할 때마다 스스로가 답답하다. 익명 리뷰 내용이 생각난다. 너무 자책하지 말고 주변에 질문하면 친절히 답해주실 거라는 내용이었다. (중략) 누구신진 모르겠지만 정말 감사하다.

10월

수습 기간이 끝났습니다. 회사 일에 조금 익숙해졌습니다.

격려를 받는 느낌이 들어서 좋다. 주은님이 잘 만들어주실 거니까요, 하는 말이 그렇다. BB님이랑 같이 만들어야 할 게 너무 멋진 거라서 약간 주눅들긴 하지만 또 막상 생각해보면 그런 걸 안 해 본 건 아니다. 자율차 프로젝트도 꽤 큰 거였고 두 번이나 참여했었잖아. 설계까지 직접 했었고. 망하긴 했지만. 그래서 더더욱 설계의 중요성도 알고 있고.

(전략) 나는 내가 어딜 가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 좋은 프로덕트를 개발했으면 좋겠어.

11월

춘천으로 실 워크샵을 갔는데, 재미있었습니다.

개발한 서비스의 릴리즈가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새로웠습니다.

문제가 계속 생겨서 릴리즈가 계속 늦어진다. 평화롭게 지나갔으면 좋겠는데 당연히 그럴 리가 없는 게 릴리즈구나, 한다. 그치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그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관찰하고 있는 수밖에 없어서 조금 씁쓸하다…

12월

기능 하나를 맡아서 개발하는 일을 했는데, 끝내놓고 회고해 보니 아쉬운 점이 많아서 더 잘 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서 따뜻한 연말을 보냈습니다.

정리 글의 후기 :clap:

다사다난했습니다. 상반기는 취준, 하반기는 회사 적응하느라 한 해가 훌쩍 갔네요. 재작년 정리 글이 조금 우울했던 거에 비해서 이번에는 성과가 있어서 다행입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한 만큼 새해에도 멋진 일들이 있을 거라는 기대가 돼요. 이 글 보시는 분들도 즐거운 일 많으시길 바랍니다. 여기까지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sunrise: